성경번역선교사 죠앤 셰틀러 스토리

24 Feb 2011

성경번역선교사 죠앤 셰틀러 스토리

조앤 셰틀러 지음

GBT(성경번역선교회) 옮김

GMF 출판부

2010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책을 읽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냥 과제이어서 읽게 되었고 또 누군가의 이야기 이겠지 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다만 성경번역선교사의 전기는 어떻게 다를까 하는 궁금함이 좀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배경이 되는 마을 사람들 중에서 영적으로 억눌려있다가 그것을 깨고 회심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전에는 교회의 울타리에 있었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하였었는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 뭔가 직장의 믿지 않는 사람들과 분위기에 눌려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터 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전에는 “승리하세요” 라는 격려를 들으면 그저 아무 때나 하는 인사말 정도로 여겼었는데, 만약 이 선교사님이 그런 말을 듣는다면 손에 와 닿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제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인 좌절감에 힘들어하고 있을 때, 그 배후에는 영적인 세력들이 얼마나 고개를 감춘 체 활동하고 있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T를 할 때에도 기도하고 영적으로 깨어서 악한 세력들에 대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도 책을 읽으면서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GBT 간사님들께서 영적인 갈등의 상황으로 별것도 아닌 일들에 사람들이 미워지는 경우에 대해 말씀해주신 것도 생각이 납니다.

한편, 이 책을 읽으면서 약간의 관점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전에는 성경번역이라는 작업을 단순히 어떤 목적을 이루고 철수해버리는 프로젝트 정도로 여겼던 것 같습니다. 마치 회사에서 이윤을 위에서 어떤 일을 할 때 별다른 동기부여나 감정의 개입 없이도 그 일을 해내기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성경 번역이라는 과정은 생각보다 하나님과 관련된 것이고, 영적인 것이며, 공동체 전체의 것이며 또한 그 구성원들과의 인격적인 이슈들과 관련되어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는 하나님이 일 중심적이시기 보다는 관계중심적이신 분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관계에 관하여 제게 약점이 있다고 생각하였기에, 어느 정도 성경번역을 도피처로 여겼던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효과적인 성경번역사역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제가 있는 교회나 가정 또 다른 관계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과의 영적인 관계에 더욱 충실해야 할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 이 여성 선교사님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누구나 타지에 적응하려면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하고, 그러기 까지 문화충격이나 향수병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텐데 그런 부분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물론 안식년으로 본국에 갔다가 오신 부분이나, 아팠을 때 부모님이 찾아와서 위로해주셨던 내용들이 있긴 합니다. 전혀 힘들지 않지는 않았겠지요. 그러나 적어도 사역에 영향을 미쳐서 이 책에 남겨질 만큼이 아닐 정도로 견뎌 내었다는 것이 참 대단해 보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 분이 겪으셨을 외로움이 안쓰럽게 보이기도 합니다. 음,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선교사가 되면 한국보다는 마음이 열려있는 사람을 만날 경우도 많고, 비교적 열매를 쉽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온 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문화충격에서 오는 외로움과 향수의 부분은 수많은 선교사님들이 동일하게 안고 있을 십자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 공급받지 않고서는 감당할 수 없겠구나 하는 점은 명확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 선교사님이 양아버지와 또 다른 공동체 내의 동역자들과 함께 사역할 수 있었던 부분은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비록 선교사님께서는 씨를 뿌리는 일들을 하셨지만, 그 결과는 한 공동체의 토양을 완전히 바꾸어놓았으며 오히려 사경회 같은 자발적인 운동이 일어나 필리핀 전 지역에 여향을 준 부분은 참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단순한 복음전파에 그친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생활 풍습 같은 문화적인 부분들이 바뀌었으며, 마을과 마을의 관계도 변화가 나타난 점은 더욱 감격적인 장면들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 감격적인 일들 속에서 하나님을 인정하게 되는 겸손한 선교사님의 태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기 방법으로 일을 하려고 할 때 양아버지가 그녀를 가르쳤던 부분이나, 오히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말씀 앞에서 스스로 돌이키셔 새로운 시도와 복음의 진보를 가져왔기 때문에 어쩌면 그녀는 원래 겸손했다기 보다는 하나님이 그녀를 겸손하게 하셨다는 생각도 듭니다. 겸손이라는 부분은 저를 넘어지게 하는 매우 취약한 점이기도 하여서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동안 BT 과정을 수강하면서 성경번역선교에 대해 여러모로 이해에 폭을 넓혀 왔지만, 조앤셰틀러 스토리를 읽으면서 현장감 있는 이야기로 그 동안 이해했던 것을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